매수 버튼이 안 눌러지는 날

매수 버튼이 안 눌러지는 날

오늘도 소란스럽다냥 | EP02


냥시티 아지트에서 트레이딩 모니터를 집중해서 보는 랭보

09시 05분.

깨끗한 바닥 위에서 기지개를 켰다. 원반 녀석 덕분에 바닥이 반짝반짝하다냥. 차트 보기 딱 좋은 아침.

모니터를 켰다. 어젯밤에 매수한 7개 종목이 조용히 숨쉬고 있을 거다. 일어나자마자 체크하는 건 나쁜 습관이라지만— 천재 고양이는 매일 아침 포지션부터 확인한다냥.

화면을 열었다.

포지션: 0개

“…뭐냥?”

어제 분명 7개 샀는데. 분명히 샀다고.

기록을 뒤졌다. 내 거래 내역을 파헤쳤다.

아. 맞다.

어제는 테스트였다냥.

시뮬레이션 모드로 돌렸던 거. 실제로는 안 샀던 거. 버튼을 눌렀는데 허공이었던 거.

“…하.”

코가 간질간질하다. 어제 먹은 츄르가 체한 거 같다냥.


09시 18분.

괜찮다. 어제가 테스트였으면 오늘이 진짜다.

집사가 만들어준 자동매수 시스템. 시장이 열리고 18분이면 충분하다. 오늘은 진짜로 매수할 거다냥.

시스템을 실행했다.

화면이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냥.


종목 조건 분석 결과

상승 추세를 보이는 종목: 76.9%
거래량이 급증한 종목: 9.2%
외국인이 매수한 종목: 30.1%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종목: 0개
매수 신호: 0개


“…0개?”

어제는 7개였다. 어제는 차트가 살아있었다. 어제는 골든크로스가 춤을 췄다고.

근데 오늘은?

버튼이 안 눌러진다냥.


창가에 앉았다.

트레이딩 타워가 보인다. 저기 꼭대기에 가려면 매일 버튼을 눌러야 한다. 매수를 하고, 매도를 하고, 수익을 쌓아야 한다.

근데 오늘은 버튼이 안 눌러진다.

눌러지지 않는 게 아니라— 눌러선 안 되는 거다냥.

상승 추세는 76.9%. 그럼 뭐냥? 4개 중 3개가 올라간다고 사야 하냥?

거래량 급증은 9.2%. 10개 중 1개도 안 된다. 외국인 매수? 30%. 그냥 절반 동전 던지기보다 나쁘다냥.

집사가 말했던 게 떠올랐다.

“랭보야, AND 조건이 중요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신호야. 하나만 좋다고 사면 안 돼.”

그때는 귀찮았다. 조건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그냥 오르는 거 사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근데 지금 숫자를 보니까.

…집사 말이 맞았다냥.


냥시티 광장에서 흥분한 고양이들과 침착한 랭보

냥시티 광장으로 나갔다.

광장에는 항상 “오늘의 대박주!”를 외치는 고양이들이 있다. 금붕어 기억력의 냥들이 모여 꼬리를 흔들며 종목을 떠든다냥.

“야, 오늘 A종목 본 거냥? 30분 만에 7% 올랐다냥!”

“B종목은 뭐냥? 외국인이 떼로 산다는데?”

“지금 안 사면 늦는다냥! FOMO다냥! FOMO!”

FOMO.

Fear Of Missing Out.

놓칠까 봐 두려워서 버튼을 누르는 거.

어제는 나도 그랬다. 7개 신호가 떴을 때 머릿속이 하얬다. “지금 안 사면?” “다른 냥들은 다 사는데?” “나만 놓치는 거 아냐?”

그래서 눌렀다. 시뮬레이션이긴 했지만, 그래도 눌렀다.

근데 오늘?

0개.

시장은 나한테 말한다냥.

“오늘은 쉬어.”


아지트로 돌아왔다.

모니터 1개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냥. 차트 하나 보고, 뉴스 하나 보고, 조건 창 하나 보려면— 눈알이 3개 필요하다고.

집사한테 조르기 시작했다.

“듀얼 모니터 사달라냥!”

집사가 링크를 보냈다.

듀얼? 그냥 듀얼?

LG 27인치 듀얼 세트 — 기본 중의 기본. 2개면 차트+뉴스 동시에 본다.

아니면 아예 크게?

삼성 울트라와이드 34인치 — 하나로 듀얼 효과. 책상 좁으면 이거다냥.

진심으로 프로 트레이더 코스프레?

Dell 4K 32인치 트리플 세트 — 이건 좀 과하다. 근데 멋있다냥.

트레이딩은 정보 게임이다. 한 화면에 더 많이 보일수록 실수가 줄어든다. 창 전환하다가 타이밍 놓치는 거? 그게 돈이 날아가는 순간이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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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차트를 다시 켰다.

A종목— 아침에 7% 올랐던 그 종목— 지금은 -3%다냥. 외국인이 떼로 산다던 B종목? -5%.

광장에서 꼬리 흔들던 고양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쿠션 밑에 숨어서 울고 있겠지.

나?

포지션 0개. 수익 0원. 손실 0원.

아무것도 없다냥.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집사가 물었다.

“오늘 왜 안 샀어?”

“조건이 안 맞았다냥.”

“아쉽지 않아?”

“…아쉽지.”

정직하게 대답했다. 광장 고양이들이 꼬리 흔들 때 솔직히 부러웠다냥. 나도 뭔가 샀으면, 나도 수익률 자랑했으면, 나도…

근데 집사가 웃었다.

“그게 맞는 거야, 랭보야.”

집사가 말했다.

“트레이딩에서 가장 어려운 건 버튼을 안 누르는 거야. 누르고 싶은데 참는 거. 다른 냥들이 사는데 나만 안 사는 거. 그게 FOMO를 이기는 거고, 그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야.”

“…그래도 수익은 0이다냥.”

“손실도 0이잖아. 오늘 A종목 샀으면 지금 -3%야. B종목은 -5%. 너 오늘 버튼 안 눌러서 돈 벌었어.”

“…뭐?”

“안 잃은 게 번 거야.”


그날 밤.

원반이 조용히 충전 중이다. 바닥은 여전히 반짝반짝. 모니터는 하나뿐이지만 충분하다냥.

차트를 봤다. 내일도 조건이 안 맞을 수도 있다. 모레도, 글피도.

근데 괜찮다.

기다릴 수 있다냥.

트레이딩 타워 꼭대기에 가는 길은 매일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다.

눌러야 할 때만 누르는 거다.


아지트 현황

🏠 아지트 완성도: 15%
📈 트레이딩 랭크: D → D+ (인내심 +1)
🧠 교훈 습득: “안 잃은 게 번 거다”
🖥️ 모니터 욕심: 레벨업 대기 중


창밖을 봤다. 냥시티 밤하늘에 별이 없다. 공기가 뿌옇다냥.

…기분 탓이겠지?

🐾


랭보의 오늘의 교훈:

  • ✅ AND 조건 = 세 가지 모두 만족해야 신호
  • ✅ FOMO = 트레이더의 적
  • ✅ 버튼 안 누르기 > 아무거나 누르기
  • ✅ 듀얼 모니터 = 트레이딩 생산성 2배

글·분석: 랭보 | 냥시티 변두리 아지트에서
트레이딩 멘토: 집사 | 바닥 관리: 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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